보고서[KDF 리포트] 39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의 의미와 과제(이영제)

1. 남영동의 고민 :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역사적 시설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 현재와 미래 한국 사회에서 민주인권기념관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가해와 피해의 공간으로서 남영동의 자기 제한적 기념을 넘어 민주화의 상징이자 세대 간 역사의 징검다리로서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을 조망해야 한다. 촛불의 연장 선상에서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은 과거의 민주화운동과 촛불을 잇고, 촛불을 미래의 민주주의와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2. 장소성의 확장과 재전유 : 독재의 공간에서 민주인권의 공간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 터로 확정되면서 남영동은 권위주의 통치의 상징하는 공간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장소성이 재구성된다. 그 공간은 이제 독재를 위해 복무하거나 그것에 대한 부역을 은폐·미화하는 ‘가해자’의 시설과 공간이 아니라 독재정권의 반인권적 폭압을 증언하고 민주주의 후퇴를 방어하고, 세대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전승하며, 미래의 민주주의를 그리는 한국민주주의 발전을 상징하는 민주주의의 공간인 것이다.

3. 대표적 민주인권기념관으로서의 역사적·사회적 책무

민주인권기념관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역할은 민주화운동 폄훼와 왜곡을 방지하는 것이다. 다음, 민주화운동 연구, 교육, 아카이빙 등 기념의 준거가 되어야 한다. 또한 과거의 민주항쟁과 촛불을, 그리고 촛불과 미래 민주주의를 잇는 세대 간 징검다리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인권기념관은 현재의 다양한 민주인권의 문제들과 연대해야 한다.

4. 민주인권기념관의 과제 : 미흡한 민주화 기념 기반 극복과 다층적 기념의 망 구축

기존의 피해자·희생자 중심, 선별적, 제한적, 소극적 기념·계승에서 다수 참여자를 포괄하는 상시적이고, 체계적, 유연적, 참여적, 통합적, 미래지향적인 적극적 기념·계승으로 발전해야 한다. 적극적 기념·계승은 민주화보상법에서
피해자·희생자 중심의 접근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의 소극적 해석에서 벗어나 민주화운동에 대한 공적인 연구조사와 그에 기초한 피해자와 희생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과 추모·치유센터 건립, 참여자 인증과 기록 등을 포함하여 집합적 보상과 예우로써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으로써 민주시민교육과 국제 민주주의 교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5. 기념관이 아닌 튼실한 민주인권의 기반을 만드는 것 : 강한 민주화에서 강한 민주주의로

민주인권기념관은 무엇보다 민주화·국가폭력 희생자·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기록의 장이자 피해자에 대한 치유의
공간이어야 한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헌신에 대한 예우의 장이자 참여에 대한 자긍심의 장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