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식

민주주의 에세이좋은 엄마가 못 되어서 미안해 | 김석중

삼십 대 초반 여성의 죽음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파리 떼가 달려들었다. 고인이 임종한 장소의 전처리를 담당한 특수청소업체 대표가 창문을 열어 놓았지만, 파리는 아직 볼일이 있다는 듯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아있었다. 특수청소업체 대표가 선풍기를 창문 방향으로 틀어놓아 환풍기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고인의 시취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폐 속 깊숙이 박혔다. 방 안의 구더기들은 어느새 파리가 되어 날아갔고, 여기저기에 흩어 놓은 쭉정이만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있었다. 


삼십 대 초반 여성의 죽음. 아마추어 창작자였던 그녀는 전기밥솥 안에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리 싸놓은 짐에 일일이 메모를 남겨 놓고 깔끔하게 삶을 스스로 정리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떠날 수 없었다. 그녀는 사망 후 20일 만에 발견되었다. 고독사로 발견된 현장은 시신이 부패해 발생하는 냄새 때문에 가재도구는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 벽지와 장판은 다 뜯어내고, 오존발생기를 작동시켜 오염된 산소를 모두 환원시켜야 한다. 시취의 근원인 박테리아를 없애야 냄새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고독사 현장은 그녀의 언니가 처음으로 발견했다. 두 달 전, 크게 다투고 집을 나갔던 언니는 자신의 짐을 챙기려 들렀다가 부패해 녹아내린 동생을 보게 되었다. 시신은 이미 이웃들의 민원이 들어올 만큼 강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노랫말을 쓰고, 배우를 꿈꾸며 단역 연기자로 활동했던 그녀는 자신을 위한 역할이 주어질 때까지의 긴 기다림에 지쳐버린 걸까? 그녀는 뜻하지 않게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고인의 집 주소로 온 택배가 현관 입구에 놓여 있었다. 택배의 송장에는 남자의 이름이 수취인으로 되어있었다. 언니는 몇 년 전 스토킹 범죄를 당했던 동생이 그 트라우마로 자신의 이름 대신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의 이름으로 택배를 받았다고 말했다. 여성 이름으로만 택배가 오면 혹시나 혼자 살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남성들이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녀는 택배로 물건을 배송받을 때조차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었다.


임종 현장에는 고인이 쓴 두 장의 유서가 있었다. 유서에는 최근에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근로현장에서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 그리고 왜 죽음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유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그녀가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며 울고 있는 장면이 떠올라 울컥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매장에서 근로 장려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려운 삶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하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퇴사 후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넣고 답변을 주고받으며 그 부당함을 해결 받기 위해 애쓴 흔적이 유품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근무지에서의 갈등은 민원으로도 해결되지 못했고 이런 막막함과 외로움은 그녀의 고립감을 더 깊게 부추겼다. 홀로 감당해야 했던 이 싸움은 결국 그녀 스스로 생명을 마감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녀의 짧은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십 대 초반 유학 시절 만난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지만, 성격차이로 이혼했다. 이혼 후 혼자 아이의 양육을 감당할 수 없어 아이의 아빠에게 양육권을 넘겼다. 그녀는 원하지 않았던 외로운 삶을 선택해야만 했다. 쓸쓸히 혼자 견뎌야 했던 지친 삶에서 그녀에게 위안을 준 것은 종교였다. 하지만 자신의 힘든 상황을 고해성사 했던 성직자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그녀는 고발장처럼 유서에 써 놓았다.  

고인은 또 다른 유서와 딸에게 주고 싶던 한 권의 시집, 그리고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남겨 놓았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죄책감은 마음속에 쌓여 우울증이라는 병이 되고 말았다. 
고독사,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다 

고독사와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민주인권 수호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과거 국가는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많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했고, 그동안 외국의 자본은 국내 자본을 잠식해 나갔다.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국가 공권력을 폭력적으로 이용한 시대도 있었다. 그 희생의 대가로 소득은 늘어났고, 국가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오늘날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바로 고독사와 자살률의 증가이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서 민주인권이 자동으로 지켜진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는 이렇듯 고독과 절망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중에는 엄마이자 아마추어 창작자였던 고인처럼 사회가 야기한 절망감을 홀로 감당하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 노인의 고독사보다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는 청년고독사와 자살 문제는 현재 국가 정책 방향의 바로미터를 제공한다. 그들은 마치 분신하는 것처럼 냄새로 세상에 절규한다.


‘제발 우리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고독사와 자살 문제는 이제 사회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그들의 희생 값으로 구축한 사회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야 할 때이다. 국가는 그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고인의 사례처럼 고독사와 자살의 원인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개인의 고통과 절망 뒤에 숨어있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민주인권을 더 확고하게 보호하고 사회의 공정과 안녕이 실현되도록 하려면, 고독사와 자살 같은 씁쓸한 사회 현상의 진짜 모습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적극적 행동보다 삶의 질적 측면이 강조되는 적극적 인권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적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인의 삶이 양극화되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상호 연대와 도움의 손길을 제공해야 하고, 사회적인 약자들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제도와 정책을 갖추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때 최소한의 경제적 범위 내에서 근로할 수 있는 뒷받침을 제공하고, 심리적인 지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화와 교육을 통해 고독사와 자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통해 예방과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과 심리지원을 제공하여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민주 사회는 고독사와 자살 문제에 대응하며 민주인권을 수호해 나갈 수 있다. 


글 : 김석중

우리나라 1호 유품정리사. 일본의 고독사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전국을 순회하며 고독사예방 및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를 썼다. 

* 해당 원고의 의견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민주화운동기념관의 공식 의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