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식

민주주의 에세이질기고 투박하며, 허술하고 뻔뻔한 | 김수련

미국의 시립 병원, 가장 곤란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7트레인이 코트 스퀘어를 지나 지하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시야가 어둡게 잠긴다. 평일 저녁 맨해튼으로 가는 지하철은 한산하다. 병원 근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거개가 밤 근무를 하는 의료인들이다. 피로한 얼굴들은 인종을 막론하고 서로 닮았다. 어디에서나 삶은 고단하구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 들어온 눈이 개개풀린 남자 한 명이 객차 내부에서 연초에 불을 붙인다. 매캐한 풀 냄새가 지독하다. 대마다. 차 안에서 말 없는 시선이 오간다. 곧 객차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우르르 객차 밖으로 나가 옆 칸으로 올라탄다. 익숙한 동작들에 놀라움이라고는 없다. 내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정처 없이 동공을 굴리다 갑자기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온다. 그가 손가락을 세워 삿대질한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다.

“저리 꺼져!”  바로 옆에서 울림통이 우렁우렁한 고함이 울컥 쏟아져 나온다. 총기 사고가 일상인 나라에서 이런 원색적인 고함을 서로 질러대는 사람들은 보통 잃을 게 없다. 출근도 전에 이미 피곤한 다리가 바싹 긴장한다. 피할 때가 된 것 같아. 벌떡 일어나 몸을 틀자 마주친 얼굴이 어딘지 익숙하다. 큰 덩치. 험악하지만 어딘가 앳된 얼굴.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 존.


나를 마주 본 그가 눈을 깜박인다. 마냥 단단해 보이는, 무기질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러나 나는 저 눈매가 어떻게 일그러지는지 안다. 그는 눈을 찡긋하고 고개를 돌린다. 알아봤을까? 알 수 없다. 나는 땡큐, 하고 중얼거린다. 그는 알 듯 말 듯 하게 고개를 주억인다. 서 있는 그는 건장하고 우람해 보인다. 하기야 누워 있을 때도 그랬다.


“수, 뉴스에서 무슨 사고 난 거 보잖아? 그 사람들 다 우리한테 온다. 그리고 가끔 길에서 퇴원한 우리 환자들을 보게 될 거야. 길에 쓰러진 노숙자나, 브롱스 공원에서 패싸움하는 갱들이나 다 우리한테로 오니까. 말하자면 우리는 중증도 높은 셸터 같은 거지.” 동료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내가 일하는 미국의 시립 병원은 가장 낮은 곳, 가장 곤란한 처지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세금 잡아먹는 귀신같은 존재, 그러나 맨해튼에 단 두 개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외상 센터. 개중에도 총상 환자나 불법체류자, 수입이 보잘것없거나 아예 없는 가난한 사람들, 노숙인들, 뉴욕 경찰에게 끌려오거나 교도소에서 이송되는 범죄자들은 거의 이곳으로 온다. 다른 시립병원들이 보지 못하는 중증도 높은 환자들도 이 병원으로 이송된다.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는 이 공공병원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난리를 받아내는 가장 낮고 깊은 우물이다.


외상 중환자실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나는 여러 번 생각했다. 여기는 참 투박하구나. 벽에 붙은 알림판이며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성의 없고 허술한 시설들, 어딘가 부박한 프로토콜, 일은 최대한 성기게, 넘길 수 있는 건 최대한 다음 시프트 간호사에게, 뻔뻔하기가 조금쯤 사기꾼 같은 동료들. 그러나 일하기 시작한 지 반년을 넘기고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어쩌면 이 투박함은, 매일을 촘촘하게 채웠다간 하루도 제대로 견디기 힘들어서일지 모른다. 너 나 할 것 없이 인정하다가 얼른 도망가 버리는 높은 업무 강도에도, 매일 날아드는 피나 뇌수 따위를 줄줄 흘리는 환자들에도,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정규 스태프 간호사들은 팔다리를 휘청거리며 출근한다. 그리고 나도.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

"네가 왜 총 맞았는지 알 것 같아." 기어이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35번 방. 몸의 반절을 문신으로 도배한 존은 입을 쑥 내밀고 어깨나 한번 으쓱이고 말았다. 내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자 나체 사진을 슥슥 넘겨보다가 끝내 나한테 대고 “나 아시안 걸들 싫어. 별로 안 섹시하잖아.”라고 쏘아댄 직후 일이다.


나보다 다섯 살 어린 스물일곱 존은 어깨에 한 방, 옆구리에 한 방 맞았다. 옆구리로 들어간 총알은 소장과 대장 일부를 헤집고 들어가 후복막강에 남아 있었다. 장의 일부를 절제하고 나오기가 무섭게 자기 손으로 기도관을 대차게 잡아뽑고 먹을 것 좀 내놓으라며 한참 나를 들들 볶아대던 참이다.


혈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넣어놓은 동맥관이라도 보호하고자 씌워 둔 장갑은 무기로 쓰였다. 하도 발버둥을 친 탓에 내 손등과 팔은 온통 장갑에 딸린 벨크로에 긁혀 만신창이가 됐다. 나는 손등이 한껏 잘 보이게 존의 눈앞에 들이대며 말했다. "말했잖아. 너는 기도관을 제거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삼키면 안 되고, 삼키게 되더라도 아직 멀었어. 장을 잘라냈다니까.”  존은 내 손등을 피해 고개를 홱 돌린다. "하, 수. 웃기지 마. 나 너네 자판기 있는 거 다 알아. 스낵 좀 뽑아 와. 너 간호사잖아. 돈 많이 벌잖아."  존은 낄낄대다가 윽, 하며 몸을 굽힌다. 


“존, 네 수술 부위를 좀 봐도 될까?”

“내 배? 네가 먼저 옷 벗고 보여주면 나도 보여줄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수, 괜찮아? 뭐 좀 도와줘?"

마침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 간호사 에릭이 슬라이딩 도어를 슥 밀고 들어온다. 내 표정을 본 에릭이 인상을 구긴다. 방을 훑어보던 그는 냉큼 들어와 장갑을 낀다. 존이 잡아뽑은 동맥관이 빠진 자리를 지혈하느라 매달려 있던 내 손등 위를 보며 그가 물었다.


"웬 상처가 났어? 환자가 그랬어?"

에릭의 짙은 동공이 존을 쏘아보자 존은 또 어깨를 으쓱한다. 키가 2미터는 되는 듯 침대 발치 너머로 발이 삐져나오는 존도 만만치 않지만, 에릭은 가로세로가 내 몸피의 두 배는 되는 데다가, 주짓수를 한다던가? 터질듯한 주먹이나 만두 같은 귓전이 적잖이 위협적이다.

"수, 나가 있어."
에릭이 나 대신 동맥관이 빠진 자리를 짓누르자 존이 “뭐 하는 거야!” 하고 소리친다. "나 여기서 시간 좀 보내자. 나가서 문 좀 닫아 줘."

정말 감사하다. 마침 못 견디겠던 참이었어. 뒤통수에 존의 긴장한 눈빛이 따라오는 게 느껴진다.

"수, 어디 가. 나 아프다니까? 너 내 간호사라며?"

나는 비식거리며 문을 닫는다. 

그제야 내 다른 환자를 돌아볼 틈이 생긴다. 

36번 방에 있는 환자는 고작 열아홉 살, 그렇지만 이런 나이도 외상 중환자실에서는 제법 자주 보인다. 이 어린 환자는 얼굴의 뼈란 뼈는 곱게 부서지고 왼팔과 다리를 절단했다. 선로에 깔린 부분이 몸의 왼쪽인 거지. 남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아이에게 행운일까 절망일까. 그걸 가늠할 수 없어 막막해졌다. 


의외로 지하철에 뛰어드는 자살 방식은 성공률이 높지 않다. 몸의 어느 부분이 선로에 깔리냐에 따라 하지 혹은 몸의 왼쪽이나 오른쪽이 절단돼서 들어오고, 머리나 몸의 정중선 근처가 깔리면 사망한다. 뉴욕 지하철에도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다는 얘기가 돈 지 한참이지만 여기 행정 속도로는 10년쯤 걸리지 않을까.

“카밀라. 나야. 나 기억나지?”

여기 어딘지 알겠어? 올해 몇 년도인지 알겠어? 수십 번은 반복됐을 질문에 틀린 답이 돌아온다. “올해는… 2001년이야.” 맞은편에 앉아있는 환자의 엄마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너구리처럼 물들어 부어오른 눈꺼풀을 열어보고 묻는다. “손가락 몇 개?” 그가 대답한다. “하나.”  나는 손가락 두 개가 펴진 손을 흔들어 보이며 조심스럽게 다시 묻는다. “카밀라, 몇 개라고?”
그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웃는다. 꽃봉오리가 피어나듯 미소가 퍼지고 청량한 웃음소리가 목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장난친 거야. 두 개.”


별로 재미없는 장난이었어. 애써 마주 웃으며 그의 오른손 안에 내 손을 넣는다. 내 손을 꼭 쥐어짜 봐. 그가 내 손을 잡아당긴다. 팔꿈치 위로 뭉텅 잘린 왼팔이 오른팔과 함께 딸려 올라온다. 내 손등에 입을 맞춘다. 그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온통 긁힌 손등에 닿는다.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간지럽힌다. 그런데 좀 축축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개별 포장된 주사기를 꺼내 뜯는다.

“카밀라. 콧물이 언제부터 났어?”

그의 엄마가 뒤에서 얘기한다.

“나오기 시작한 지 좀 됐어. 카밀라가 자꾸 시트로 코를 닦아. 새 시트 좀 주겠니?”

나는 그의 코에서 질질 흐르는 투명한 액체를 주사기로 받아낸다. 

아무래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모니터를 달아 CT 실로 카밀라를 보냈다. 내내 피죽도 못 얻어먹은 얼굴로 골골 앓고 있던 환자의 엄마에게 커피라도 한잔하고 오라며 등을 떠밀어 내보낸 후 존의 방으로 갔다. 그의 미완결된 입원 기록을 조금이라도 더 채워 보려던 건데 초장부터 딱 가로막힌다. 


"아니. 없어."

전산의 Care giver(보호자) 탭에 반사적으로 N/A(해당 없음)를 넣다가 그를 돌아본다.

존은 입을 딱 다물고 입가를 실룩거린다. 나는 천천히 다시 묻는다. 

"가족 아니어도 돼. 특별한 관계인 사람. 피앙세라든가, 친구도 괜찮고…"

"없다고 했잖아. 나 좀 내버려둬."

"친구야. 말했잖아. 입원했으니까 우리도 너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그럼 퇴원하면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줘.”

“몰라, 모른다니까!”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존, 그럼 혈압 커프 좀 빼지 마, 제발. 네가 출혈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계속 재야한다고 했잖아. 

네가 그걸 빼면 나는 들어와야 해."

"좀 꺼져."

그가 낮게 중얼댄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하릴없이 방을 나와 문을 닫는다. 에릭이 내게 손짓한다.

"손 좀 보여줘 봐."

실금 같은 상처로 덮인 데다가 알코올 젤을 끼얹어 박박 닦은 손은 그제야 따갑다. 에릭은 눈살을 찌푸린다.

“에릭, 대체 뭐라고 했길래 저렇게 환자가 바짝 졸았어?”

“멋대로 살고 인생 망치는 거야 자유지만 죽을 놈 살려주는 건 여기뿐이니 나이스하게 굴라고 했지.”

“오…때린 건 아니고?”

“설마. 그치만 너무 부드럽게 할 필요는 없어, 수. 저 자식은 너무해.”

"알아. 끔찍한 날이다. 그치?"

"수, 들어 봐. 저런 자식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고,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네가 먼저 그만둘 거야."

"안 그래도 벌써 그러고 싶다."

"너를 지켜. 죽기 살기로 너를 지키라고."

자기가 다니는 브루클린의 주짓수 도장으로 오라며 구글 맵에 검색해 주는 호빵맨 같은 손이 불끈거린다. 내가 영 머뭇거리는 눈치자 그가 다짐하듯 다시 말한다. 

“내가 가르쳐 줄게, 딱 하루만 와.”

나는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무래도 내가 지금보다는 질겨져야 할 것 같다.

“CT를 찍는 게 아무래도 힘들었나 봐. 긴장 많이 하더라.”


영 졸려 보이는 카밀라를 흔들어 깨우다가 상태가 전보다 처지는 것 같아 묻자, 카밀라와 함께 CT 실에 다녀온 레지던트가 어깨를 으쓱한다. “CT는 우리가 생각하던 대로야. 다른 건 다 괜찮아. 시간을 좀 주자. 상태 확인한다고 한 시간마다 깨웠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기처럼 잠든 환자의 옆을 맴돌던 보호자는 내가 수액 줄과 모니터들을 마저 연결하고 불을 끄자 나를 부른다. 환자보다 더 지쳐 보이는 엄마는 병실에서 나오자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래도 애가 자기 팔이 없는걸 인정을 못 하는 것 같아.”


그럴 수 있어요. 그건 큰 사고였어요. 카밀라에게 시간을 줘야 해요. 무기력한 말들은 가닿지도 못할 감정에 압도된다. 어떤 말도 다 엉성하고 투박할 뿐이다. 나는 그저 그의 손을 꼭 잡는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일그러진다. 티슈를 건네자 그는 왼손을 펴 잔뜩 구겨진 손수건을 보여준다. 그는 그 손수건처럼 젖어 매일 밤 의자 위에서 구겨져 잠든다. 잠에서 깨면 새벽같이 카밀라의 머리를 빗기고, 예쁘게 땋아 묶는다. 지금은 2023년이야. 카밀라. 여기는 병원이야. 수가 들어왔어. 기억나지? 네 간호사야. 저기를 봐. 해가 떴어. 아침이야. 일어날 시간이야.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 없는 딸을 감싼다. 


35번 방은 조용하다. 존이 또 비밀스럽게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요도를 통해 밀어 넣고 방광 내에 풍선을 부풀려 고정해 놓은 소변줄도 요도가 죄다 찢어지든 말든 다 뽑아내는 게 여기 환자들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간다. 내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에릭의 눈빛이 느껴진다.


존은 다행히 얌전히 잠들어 있다. 동맥관을 뽑은 자리에 불룩하게 올라온 혈종 자리를 더듬는다. 음. 괜찮다. 정맥주사 자리도 용케 잘들 버티고 있다. 어디 수술 드레싱은 멀쩡한가 볼까.  살살 가운 자락을 걷으려는 와중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얼어붙는다.


"... 존?"

아니다. 이건 흐느끼는 소리다.

"존, 아파?"

잠투정처럼 뒤척인 그가 손을 뻗는다.

"여기 어디인지 알겠어?"

"아파… 아파…"

그가 희미하게 흐느꼈다. 그는 내 손을 더듬어 구명줄처럼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존, 나 누군지 알겠어?"

"수, 수 알아."

"어디가 아파?"

"몰라."


고개를 저으면서 그는 내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손에 힘을 쥐었다. 꼭 움켜쥐었다. 손바닥은 축축했다. 그 순간, 그는 손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그러쥐는 무력하고 연약한 신생아 같았다. 키가 2m는 되는 문신투성이 갱은 울었다.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긁히고 지친 그 가혹한 청춘을, 푸르게 멍든 봄을 안아주었다. 더러워진 스크럽이 눈물로 젖어 들었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든 것이 혼곤한 와중에 그는 아기처럼 울었다.


내 직업은 삶을 팔아보려 애쓰는 보따리장수 

아무래도 여기서 나는, 내 직업은, 이 시지프스 같은 삶을, 아무리 애써봐야 고단할 뿐인 삶을 어떻게든 팔아 보려고 애쓰는 보따리장수 같다. 미국이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은 어쩌면 그들에게 길거리를 헤맬 자유 정도와 마음대로 죽지도 못할 감옥만 선사했을지도 모른다. 천형처럼 애를 써도 벗어날 수 없는 불평등을 바닥에 자글자글 깔고, 도시는 높고 아름답게 지어졌다. 이 아름다운 도시는 그들을 호명하지 않는다. 


여기서 삶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잠긴 그들은 해지고 지친 몸으로 길거리에 나갈 것이고, 봄이 왔는지 이불처럼 땅을 뒤덮은 꽃들이 예쁜지 보드라운지 그런 걸 어떤 때는 느끼겠지만 어떤 때는 아무래도 다 죽어버렸으면 생각할 것이고, 어쩌면 다시 갱단으로 돌아갈 것이고, 더 효율적으로 죽을 어떤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어쩌면 다시 여기로 침몰하듯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가라앉는 그들을 건져내기 위해 질기고 투박한 뜰채를 들고 서성거린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만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괜찮아, 좋아지고 있어, 따위의 허술한 격려를 건네며, 다 나아질 거라는 뻔뻔하고 공허한 약속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엔가 걸을 것이고, 말하고 고함치고 싸울 것이고, 울 것이고. 어느 날에는 웃을 것이다. 투박하게라도 나이들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빗자루같이 성긴 팔다리와 듬성듬성 빈 단어들을 들고, 우리는 그들의 삶을 쳐올린다. 


글: 김수련
간호사. 현실에 발을 디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저서로 『밑바닥에서-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공저로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가 있다. 

* 해당 원고의 의견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민주화운동기념관의 공식 의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