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식

세계의 민주주의몽골의 민주주의, 그 현주소 | 푸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에 의한 지배이다. 민주주의는 최고 권력이 국민에게 부여되고 일반적으로 정기적인 자유선거를 포함하는 대의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국민이 행사하는 정부 형태이며, 보편적 투표권, 공직 경쟁, 표현과 언론의 자유, 법의 지배를 의미한다. 1974년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민주화 물결은 1970년대 말부터 라틴아메리카 및 아시아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며, 1980년 말 공산주의 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제3의 물결이라고 부르는 이 세계적인 추세로 60개 이상의 국가(스페인, 헝가리, 한국, 몽골 등)에서 민주적 전환을 경험했다. 이 물결로 탄생한 신생민주주의 국가들은 권위주의,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군부정권, 일당독자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인권이 인정되고 모든 사람이 법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는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오랜 기간 민주주의를 확립한 국가에서 내부 세력은 체제의 결점을 이용하여 국가 정치를 왜곡하여 증오, 폭력 및 무절제한 권력을 부추겼다. 한편,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공간에서 투쟁해 온 국가들은 점점 더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많은 국가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다시 들어서고 있다.


The Economist Intelligence에서 발표한 2021년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4%가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ies)" 국가(21개국), 39.3%가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ies)” 국가(53개국), 17.2%가 “혼성 정권(Hybrid regimes)” 국가(34개국), 나머지 37.1%가 “권위주의 정권(Authoritarian regimes)” 국가(59개국)에 살고 있다.(각주1) 민주주의 제3의 물결 동안 민주주의를 이룬 국가들 중에서 브라질, 엘살바도르, 헝가리, 폴란드는 심각하게 퇴보하고 있으며, 한국, 대만 등 국가들은 퇴보하지 않고 정착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하고 1990년 민주화를 이룬 몽골의 민주주의는 30여 년이 지난 현재 어떤 모습일까?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

1921년 인민혁명 이후 몽골인민혁명당(Mongolian People's Revolutionary Party, MPRP)이 70년 기간 집권했으며, 이 기간 동안 몽골은 소련의 위성국으로 부를 정도로 소련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1980년대 중반부터 소련에서 일어난 페레스트로이카 개혁 및 동구권의 민주화 운동이 몽골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9년부터 몽골의 청년들은 자유선거 실시, 다당제 도입, 헌법 개정 등 정치경제체제의 개혁을 요구하고 몽골인민혁명당(MPRP)을 반대한 100여 명의 소규모 집회를 중앙광장 및 거리 등에서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청년들의 소규모 집회는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1989년 12월 10일 몽골 사회를 민주화하고, 옛 체제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몽골민주연합(Mongolian Democratic Association, MDA)이 결성되었다.

(좌)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는 몽골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인 Sanjaasuren Zorig(각주2)
(우) 영하 30도의 날씨에 “새로운 시대가 왔다, 깨어나자!”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1989년 12월 MDA이 주도하는 집회와 시위가 갈수록 증가하고 참가한 사람들의 수도 많아졌다. 그들은 계속하여 MPRP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다당제를 정착시키고 인권을 존중하는 문제에 대해 요구했다. 1990년 2월 18일 개최된 몽골민주연합 대회의에서 몽골민주당(Mongolian Democratic Party) 창당되었다. 1990년 3월 4일 민주 세력은 2만여 명이 참가한 다섯 번째 집회를 갖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MPRP 당비상대회를 소집하고, MPRP 중앙위원회의 구성을 교체하고 당 활동을 인민 정부로부터 분리하고 3월 중에 모든 정치 세력이 평등하게 참가하는 인민비상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 내에 회답을 받지 못하자 청년들의 투쟁은 다른 형태로 전환되었고, 3월 7일 몽골민주연맹의 조정회의 위원 10명이 정치적 단식을 선언했다.


이틀 후인 3월 9일 MPRP은 민주 세력과 원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 회의에서 MPRP은 다당제의 도입과 기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MPRP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인민대회의(People's Great Khural)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3월 12일 개최된 MPRP 중앙위원회의 제8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정치국 위원, 부 위원, 서기 모두가 사임할 것을 선언했다. 3월 21일 개최된 제11기 인민대회의 제8차 회의에서 “몽골인민공화국의 정치와 사회를 영도하는 주체는 몽골인민혁명당이다”라는 헌법 규정을 폐지했다. 5월 10일 인민대회의 제9차 회의에서 ‘몽골인민공화국 정당에 관한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몽골에 다당제가 확립되었다. 이는 일당의 권한을 제약하고,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고, 자신의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민주화를 강화함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결정이 되었다. 1990년 7월 29일 몽골에 최초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다당제 자유선거가 실시되었다. 1992년 1월 13일 몽골은 새로운 민주적 헌법 채택하고 인도주의적이고 민주적 시민사회의 발전을 국가의 최대 목표로 규정하고 정부 형태를 3권 분립을 기초로 한 단원제를 갖춘 의원내각제와 대통령 직선제 및 독립 사법부 제도를 확립시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다.


예외적인 몽골의 민주주의

몽골은 1990년까지 소련에 크게 의존하고 사회주의 국가들과만 관계를 맺어 왔다. 비민주적 두 강대국 사이에 있고 민주주의 전통이 없는 몽골이 폭력 혁명이 일어난 루마니아 등 동구권 국가와는 달리 유혈 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성공적으로 하여 주목을 받았다. 소련이 해체된 후 정치적 개방을 경험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소련 구성국이었던)은 권위주의 및 독재정권으로 회귀했지만 몽골은 예외적으로 정기적이고 대체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기본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했다. 민주화 이후 총선 및 대선을 통해 몽골의 정권이 평화적으로 교체되어, 당시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서 실시하는 세계자유지수에서 몽골은 정치적 권리, 시민의 자유 등의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990년 정권교체가 시작될 당시 몽골에는 일반적으로 민주화에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요소가 거의 없었다. 몽골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중산층, 의회민주주의 경험, 복수 정당, 언론의 자유, 시장경제 등등)들이 열악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30년 동안 살아남았다. 몽골의 강력한 이웃 국가들은 몽골에서 직접적인 지정학적 경쟁에 참여하는 것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우선시했다. 몽골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몽골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경제적 이익에 불리한 투자를 함으로써 크렘린을 화나게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몽골의 ‘제3의 이웃’ 국가인 미국, 일본, 독일은 몽골을 러시아나 중국과 불필요하고 직접적인 지정학적 대결을 벌이는 장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3의 이웃은 몽골과의 관계를 위한 핵심 토대로서 국가의 민주적 정체성을 지지했다.


공정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선거 과정

1990년 민주화 이후 몽골은 다당제 선거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선거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는 확고하게 제도화되었지만 두 지배 정당인 몽골인민당(MPP)(각주3) 및 민주당(DP) 정책 비전의 경쟁보다는 후원 네트워크에 계속 의존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부패가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몽골의 정당들은 1992년 첫 국회의원 선거부터 총 8번 총선 및 대선을 치러 왔다.

선거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선거의 자유가 담보되고, 모든 후보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후보자와 정당을 비교·평가해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에 몽골에서 치러진 선거 과정을 미국 국제공화국협회(IRI), 아시아자유선거네트워크(ANFE), 유럽안보협력기구의 민주적 제도와 인권을 위한 사무국(ODIHR) 등 해외 단체들이 평가 관찰해 왔다. 이들 단체들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몽골에서의 그 동안의 선거는 민주 선거의 4대 원칙(보통 선거, 평등 선거, 직접 선거, 비밀 선거)이 대체로 공정하게 지켜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몽골 정당 및 후보자들의 선거 과정에서의 행위 공정하지 않았다. 몽골 정당들 특히, 거대 정당인 몽골인민당(MPP)과 민주당(DP)은 효과적인 정책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단장의 승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명분으로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비효율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 MPP 및 DP은 전문가, 지식인보다 당에 돈을 많이 기부한 당원을 후보로 공천해 왔다. 후보가 결점이 있어도 그들이 기부한 돈이 선거 때 필요하니까 무조건 공천하고 있다. 이는 이 두 정당 지도부가 일반 당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비민주적 방법으로 자기들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며 다른 한편으로 정당이 제도화되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사업가, 은퇴한 스포츠 선수, 연예인 등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 비효율적인 법안을 발의하거나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몽골의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공정하지 못한 것은 선거 홍보 기간에 공약을 설명하고 홍보하기 보다는 유명 연예인 가수 등을 동원한 콘서트를 하고 심지어 선거 승리를 위해 유권자들한테 비밀리 현금, 생활용품 등을 배급하는 것이다. 이는 선거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선거의 공정성을 지켜야 할 몽골 중앙선거관리위원회(GEC)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전이다. 이는 몽골의 정치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보여주는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당들의 공정하지 않은 행위에 실망한 몽골의 유권자들은 2017년 대선 투표 과정에서 투표할 때 후보 중에서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빈 투표용지를 넣었다. 빈 투표용지로 투표한 유권자는 총 투표한 120만 7천 787명 중 8.23%인 9만 9천 494명이었다. 이는 몽골에서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심각한 신호였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

부정부패는 경제와 정치권력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고, 민주주의와 번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길에서 후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몽골의 주요 도전은 부정부패이며, 높은 수준의 부패가 몽골에 만연해 있다. 몽골의 부정부패 문제는 민주화 이후 공영 기업의 잘못된 민영화 정책에서 유래되었다. 몽골에서 부패는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몽골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정치적 부패는 몽골의 주요 부패 문제 중 하나이다.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 정치인 및 정부 공원이 부패에 가장 많이 연관되어 있다. 몽골의 공직자들은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개인적 이익을 챙기고 자신의 부를 늘리고 있다. 특히 선거 시기에 정당, 선거 자금과 관련한 뇌물 및 부패 사건이 많이 있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전에 Ts. Sandui(수도 몽골인민당장)와 M. Enkhbold(당시 국회의장)가 600억 투그룩을 어떻게 모금할 것인지에 대한 녹음 파일이 공개되었다. 녹음에서의 대화 내용은 정부 직책을 패키지화하여 600억 투그룩에 판매하는 즉, 선거 이후 정부 높은 직책에 임명해줄 대가로 공직자, 기업인들로부터 선거 전에 자금을 모을 계획에 관한 것이었다. 녹음이 공개되자 몽골인민당(MPP) 측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가짜 파일이라고 반박했지만 수사 결과 결국 진실로 드러났지만 대화 당사자들은 직책에서 내려왔을 뿐 징계나 처벌은 없었다.

몽골에서 대규모의 부패가 천연자원의 채굴과 관련된 산업의 라이센스, 광업을 위한 토지 허가, 공공 부문 입찰 과정 등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부패에는 몽골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연루 되지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국회의원,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되는 등 계속해서 공직에 있는 실정이다. 2016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Panama Papers 발표에서 몽골의 저명한 공직자 및 기업인 등 29명이 조세 피난처인 섬의 역외 계좌에 자산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에서 20명은 공직에 있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2021년 부패인식지수에서 몽골은 180개 국가 중에서 100점 만점에 35점을 기록해 110위였다. 글로벌 부패 지표에서 정부 부패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69%였다. 지난 12개월 동안 뇌물을 제공한 공공 서비스 사용자의 비율은 22%였다.

2013~2021년까지 몽골의 부패지수 순위 (출처 https://tradingeconomics.com/mongolia/corruption-rank)


몽골 정부는 반부패를 위해 2006년 반부패법(Anti-Corruption Law, ACL)을 개정했다. 이 법으로 공직자 부패에 대한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부패법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모든 수준에서 부패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공무원은 명백한 면책을 누리고 있다. 부패에 기여하는 요인에는 이해 상충, 투명성 부족, 정보 접근 부족, 부적절한 공무원 시스템, 주요 기관에 대한 정부의 취약한 통제 등이 포함된다. 2007년 부패방지독립기구(IAAC)가 설립되어 부패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부정부패에 관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는 체포 및 진술에 그치고 있다.

몽골의 정치인과 정당은 부패 스캔들을 정치적 책략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 사건은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가 각종 이유로 미뤄지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되고 있다. 재판까지 가더라도 받은 뇌물이나 부패의 1%가 안 되는 벌금형을 받고 있다. 2018년 Asia Foundation에서 실시한 부패 인식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몽골에서 가장 부패한 기관으로 정당,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토지행정, 광업, 관세, 세무서를 뽑았다.


제한을 받고 있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언론은 정부가 시민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국제법규에 따라 몽골은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몽골 헌법 16조는 “신앙의 자유, 의견 표현의 자유, 언론, 출판, 평화적 시위와 집회"를 보장한다. 몽골은 1990년대 초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면서 자유와 미디어 다원주의의 원칙을 광범위하게 존중해 왔다.


하지만 몽골에서 그 규제는 여전히 출처의 기밀성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보호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명예훼손 법은 언론인에 대한 소송을 부추기여 자기 검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적 검열이란 어떠한 사안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거나 제공한 것에 대해 공격을 받거나 벌금을 물거나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여 경우에 따라 말이나 행동을 자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 검열이 너무 강하면 언론의 자유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 언론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활동이 가능한 한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하며, 언론인은 작업 과정에서 명예를 훼손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를 게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형사 범죄로 간주되지 않다. 특히 정부 관리에 대한 미디어 비판에 대한 취약성과 관용은 세계의 많은 선진국에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채택된 몽골 형법에서는 “명예훼손" 조항을 형사 범죄로 규정했다. 의견을 표명하거나 발언하는 사람을 공개하는 행위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민주사회의 본성에 어긋난다. 2015년 유엔인권이사회 인권현황에 대한 정례토론회에서 몽골에 “명예훼손 관련 조항을 형법에서 삭제하라"라고 권고를 했다. 이 권고 따라 형법에서 ‘명예훼손' 조항을 삭제되었지만, 불법행위법(Tort Law)에 관한 법률에도 같은 의미의 조항이 포함되었다. 불법행위법에 따르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사실을 게시하거나 언론이나 SNS를 통해 이를 유포한 사람은 100만 투르룩, 법인은 1000만 투르룩의 벌금을 물게 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인 25명과 언론사 2곳이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벌금으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 1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또 하나의 법 조항이 새로 나왔다. 몽골 국회는 형법 개정을 통해 형법 제13조 14항에 “허위 정보 유포죄"를 추가했다. 이 조항은 몽골 헌법에 규정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에 압력을 가한 행위이다. 몽골의 언론 자유와 반부패 활동가들은 법이 ‘허위 정보'라는 용어를 정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와 ARTICLE 19 등은 몽골 지도자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 결사의 자유,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이 모든 민주주의의 기본 기둥이며 부패 척결에 필수적임을 인식할 것을 촉구했다. 형법 개정 이후 2020년 한 해에 ‘허위 정보 유포’죄로 총 251개 사건이 접수되었다.

몽골의 명예훼손 사건의 절반 이상이 언론인과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혹한 재정적 처벌로 인해 그들은 스스로를 검열하고 독립적이고 조사적인 매체의 개발을 축소해야 한다. 언론인들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고발되는 경우는 고위 정치인, 국회의원, 공무원 또는 정부 기관의 청원과 불만에 근거한 경우가 많다. 많은 몽골 언론인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어떤 형태로든 위협, 압력 또는 모욕을 경험하고 있으며 여러 건의 괴롭힘과 폭력 사례가 보고되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2022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노르웨이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덴마크와 스웨덴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몽골은 언론자유 순위에서 2021년 68위에서 22위 하락해 90위를 기록했다. RSF에서 몽골의 이 같은 순위의 하락 이유를 “대부분의 미디어는 정당과 연결되어 있어 미디어의 독립적 존재를 제한한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몽골에 있는 500여개의 미디어 매체의 75%가 정치인과 관련이 있거나 개인 소유이며, 투명성이 부족하다. 몽골의 전 대통령조차도 자신의 방송사를 가지고 있다. 개인 소유이든 국가 소유이든 대부분의 몽골 언론은 공개적으로 정부 또는 정당과의 관계를 보여주며, 감시견 역할을 할 수 있는 언론 매체의 능력은 정치인들의 압력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특히 돈이 많은 정치인들이 언론에 자신들이 불리한 소식을 싣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보도지침을 내려서 언론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 몇 명의 자유 기자들이 몽골 사회의 문제점들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토로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존재와 보전의 토대 중 하나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정확하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매일 접하는 것이다. 정보를 가진 시민만이 정부를 통제할 수 있고, 시민 통제가 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부패할 위험이 있다.

몽골 민주주의 현주소

몽골은 1990년 체제전환 이후 30년간 국제사회의 평가처럼 비교적 성공적인 전이과정을 거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정착시킨 국가가 되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통제가 있기는 하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시민사회도 대체로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 전이 과정의 이면에는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과 부패가 드리워져 있으며, 국제환경과 지정학적 요인에 취약한 경제구조가 장애가 되고 있다.

몽골은 2021년 EIU 민주주의 지수에서 종합 점수 6.42로 조사 대상 167개국에서 62위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Democracy Index 2021). 몽골의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 및 정치인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하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정치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2년 5월 Sant Maral Foundat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주의와 현 정치체제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9.3%만이 만족, 38.3%가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의회와 선거에 신경 쓸 필요 없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35%였다. 또한 정당이 필요하지 않고 강력한 대통령을 두는 것이 옳다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50.8%였다.

경제 침체, 물가 상승, 저임금, 빈부격차에 대한 좌절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젊은 세대는 경제적 불평등의 증가로 인해 자국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기대를 잃기 시작했으며,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불평등, 학교와 유치원의 가용성, 대중교통 이용, 대기 오염, 병원의 가용성, 교통 혼잡, 빈곤, 인플레이션은 오늘날 몽골을 정의하는 핵심 단어가 되고 있다. 매일 같이 상승하는 물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적은 급여를 받고 있는 국민들은 다음 달 월급까지 경우 버티며 살고 있다. 몽골에서 일하면서 돈을 저축하고 여행하고 삶을 즐길 기회는 없다. 몽골 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외국으로 나가서 일을 하고 돈 버는 것이다. 특히 몽골에서 계약 근로자를 받는 한국과 일본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크게 늘었다.

2022년 4월에 울란바타르 중앙광장에서 ‘몽골에서 잘 살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청년들이 시위를 했다. 청년들은 가격 인상 통제, 세금 감면, 비리 및 공범에 대한 처벌 강화, 공직자들의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청년들의 시위는 며칠 밤늦게 까지 이어졌으며, 이번 청년들의 시위의 특징은 전의 다른 시위와는 다르게 정부 및 국회의 해산을 요구하지 않고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L. Oyun-Erdene 총리는 정녕들의 대표들과 만나 그들의 요구를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좌) 30년 전 청년들이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했었던 울란바타르 중앙광장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신세대 청년들
(우) 석탄 비리를 규탄하는 시위대를 막고 있는 경찰들


청년들의 시위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고물가로 인한 경제난은 계속된 상황에서 지난 12월에 몽골 전 대통령을 비롯해 현직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석탄 비리가 터졌다. 체감 온도 영하 30도까지 내려간 추운 날씨에 울란바토르 중안광장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석탄 마피아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복지 중심의 비효율적 정책, 자기 이익 밖에 모르는 부패한 정치인들 때문에 몽골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엄청난 불평등으로 인해 몽골의 민주주의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다. 국민들의 일부 특히, 나이가 많은 세대 사람들(이른바 사회주의 시대 사람들) 중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몽골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몽골이 일당이 독재했던 옛 사회주의 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몽골의 최근 상황은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 헝가리, 폴란드, 터키,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들과 일치하고 있다.


[세계 민주인권을 보는 8개의 시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는 '민주주의와 인권 위기'를 목도하며 8명의 필자가 고민과 성찰을 나눕니다.

글 : 푸제 (몽골 출신 민주주의 연구자, Mongoli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몽골국립과학기술대학교) 졸업 후 현재 전북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 중)

* 해당 원고의 의견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민주인권기념관의 공식 의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주 1. 민주주의 지수는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시민의 자유,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등 5가지 범주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범주 내의 60개 지표에 대한 점수를 기반으로 각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하이브리드 정권 또는 권위주의 정권의 네 가지 정권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된다.
각주 2. Sanjaasuren Zorig는 몽골의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고, 몽골 국토부 장관으로 일했던 1998년 10월 의문의 타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다.
각주 3. 몽골인민혁명당(MPRP)은 2011년 당 이름을 몽골인민당(MPP)로 바꾸었다.